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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일상 및 육아일기/독일의 일상생활

쾰른에서의 뜻밖의 손님

토요일은 아내가 항상 가족과 함께 무언가를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요즘 참 고민이 많습니다. 한국이라면 제가 주도적으로 뭔가를 하거나 어디를 가거나 할텐데 독일에 넘어온지 4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생소하고 뭘해야할 지 모르겠어요. 문제는 아내도 모른다는거에요;;; 작은 도시 출신이라서 그런지 어렸을때 문화생활도 많이 안하고 접근성도 떨어지고 그랬나봐요. 게다가 독일은 밤 8시가 되면 왠만한 가게들은 다 문을 닫고 주말에도 닫는 가게들이 많기 때문에 뭔가를 하려면 오랜동안 생각해야한답니다.


이번 주에는 아내의 언니 가족이 우리집에 놀러오기로 했어요. 저희 부부가 처음에는 처가에서 살다가 다음에 라이프치히로 이사를 갔는데요. 거기로 이사 간 가장 큰 이유는 아내의 언니가 거기서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사실 거기로 이사를 갔지만 서로 만나는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처형이 마당발이라서 여기저기 참 많이 돌아다니더라구요;;ㅎㅎ


어찌됐든 지금 우리는 학교 때문에 예나로 왔고 처형가족은 동서(아내언니의 남편)직장때문에 츠비카우로 이사를 왔어요. 츠비카우는 처가가 있는 곳이랍니다. 그러니 처형은 결국 고향으로 되돌아 온 셈이지요.



요즘 저희는 저탄고지 식단때문에 집에 빵과 잼, 주스 같은게 없는데요. 하지만 독일의 아침이라고 하면 커피나 주스에, 빵에 버터를 바르고 생치즈, 잼, 꿀, 햄 등을 올려 먹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처형 가족이 아침을 거의 다 가져왔어요ㅎㅎ. 저는 요거트에 블루베리와 딸기를 넣어 먹었고 방 반쪽에 생치즈를 올려서 먹었습니다. 저는 극단적인 저탄고지 식단은 하지 않구요. 또 손님이 오거나 초대를 받거나, 한국 음식을 해야하거나 등등 변수가 생길때는 그냥 가리지 않고 먹습니다. 처형의 아들은 이제 13개월인데 빵에다가 잼을 올려서 주네요ㅎㅎ;; 저라면 절대 하지 않겠지만 여긴 그들만의 문화니까요~



이렇게 아침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아내의 전화기가 울렸습니다. 쾰른에서 사는 사촌이었습니다.

"나 지금 오빠 결혼식 때문에 엄마 집 바이마르에 왔어"(바이마르는 우리집에서 차로 20분거리입니다.)

"뭐?? 사촌 오빠가 결혼식을 했다고? 말도 없이?"

"응 그냥 가족끼리 했어. 근데 지금 뭐해? 오늘 뭐 할 일 있어?"

"아 지금 언니가 와있어서 아침 먹고 있어"

"아 그래? 특별한 거 없으면 우리 가도 될까? 내 남자친구하고 여동생하고 갈게"

"아! 잘됐다~~ 사촌끼리 보고 좋지! 지금 와!"


사촌의 가족은 독일인의 보통 성격인 모든 것을 계획하고 움직인다와 정반대의 성격을 갖고 있죠. 한국 사람들 정말 즉흥적이어서 익숙할만 한데 이 가족은 보통 한국사람보다 더 즉흥적인것 같아요;;ㅎㅎ


그리고 30분후에 사촌이 왔습니다. 사촌동생 그리고 사촌의 남자친구까지요. 알고보니 사촌의 남자친구도 외국사람이었습니다. 물론 저처럼 딱봐도 눈에 띄는 외국사람은 아니구요ㅎㅎ 헝가리 사람이었습니다. 그래도 제가 국제결혼을 해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제 독일에서도 예전보다 더 국제커플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한국도 이제는 수면위로 많이 떠오르는 것 같아요 그쵸?


그들이 오고 우리는 그냥 계획했던 대로 산책을 갔어요~ 시내까지 걸어서 약 1시간정도 걸리는데요. 그 길을 그냥 걸어갔습니다.


산책길을 가다보니 재미난 노상방뇨 금지 표지판도 보였습니다.ㅋㅋㅋ


왼쪽 밑에 보이시죠?ㅋㅋ 왼쪽 오른쪽에는 마약하지 말라는 표지판도 있네요. 기본적으로 독일에서 마약을 거래하는 건 불법이지만 집에서 마리화나 소량정도 키워서 본인이 피우는 것은 불법은 아닙니다. 물론 소량이라는게 기준이 좀 애매하긴 하지만요.



산책길에 공원이 있으면 저기 조그맣게 보이지만 (가까이서는 사람들을 못찍겠어요 워낙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이라) 남자들은 웃통을 벗고 일광욕을 하거나 여자들도 비키니를 입고 일광욕을 하곤 합니다. 공원에서 비키니라는 특이하지요?ㅋㅋ


이건 뭘까요? 바로 우체부 아줌마가 우편 배달하는 자전거입니다. 이런 첨단시대에 자전거로 우편 배달이라니! 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자전거 뿐아니라 그냥 리어카를 끌고 다니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한국처럼 오르막 내리막이 심한 편도 아니고 또 전기 자전거도 많아서 아마 그리 많이 힘들지는 안겠지만.... 그래도 참... 아날로그적이죠?ㅎㅎ


산책을 마치고 집을 돌아왔습니다. 문제가 조금 있었는데 인원수가 늘어서 음식을 더 만들어야한다는 것이었죠. 아내가 인터넷에서 한국음식을 독일어로 검색해봤더니 미트볼같이 만들어서 고추장소스에 버무린 퓨전(?)요리를 알아냈더라구요. 맛이 괜찮아서 그걸 만들기로 했는데 추가로 요즘 저탄고지 식단때문에 안먹고 있던 냉동실의 떡볶이 떡을 꺼내서 떡볶이를 만들었습니다. 쟁여놓았던 것을 손님이 온 김에 해치우니까 홀가분한 느낌도 들었어요ㅋㅋ


사촌의 남자친구는 떡볶이의 질감이 좋다며 많이 먹었고, 떡볶이도 미트볼도 고추장때문에 조금 매워 걱정을 했는데 다른 가족들도 밥과 같이 먹으니 많이 맵지 않고 괜찮았다며 잘 먹었습니다.ㅎㅎ 저희도 드디어 안먹고 남아있던 쌀과 떡을 다 소진했습니다.ㅋㅋ


서로 멀리 살아 자주 볼 수 없는 사촌의 갑작스런 방문에 오히려 더 웃음꽃이 피는 하루였어요~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처가로 왔습니다. 월요일에 아내의 이모가 생일파티에 초대를 했거든요. 아내의 이모도 츠비카우에 살아서 월요일에도 많은 가족들을 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