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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일상 및 육아일기/혼혈왕자 찬이 육아일기

아내의 젖몸살


"나 감기 걸릴것 같아"

아내는 크리스마스 전 23일에 명절을 쇠러 친정에 갔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문제는 저 뿐만아니라 찬이도 걱정이었습니다. 젖을 먹느라 계속 엄마 몸에 붙어 있는데 전염이 될까봐 너무 걱정이 되었습니다.


"괜찮아, 엄마가 아플때 젖을 물리면 젖을 통해 내가 걸린 병에 항체를 아기에게 준데"


정말 그래서 그랬을까요? 찬이는 전혀 아프지 않았습니다. 건강하게 잘 지냈지요. 저는 아니나 다를까 25일부터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아플때 아내는 병이 옮지 않을때도 있지만 아내가 아프면 꼭! 저는 옮아서 고생합니다.ㅜ.ㅜ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친정에 있으니 아기를 봐줄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외삼촌 등등 많이 있어서 손을 많이 덜 수 있었습니다.

독일의 대학은 24일부터 약 2주간 방학이에요. 좋은 교수님들은 23일부터 수업을 빼주기도 하지요~ 집이 먼 학생들은 일찍 가기도 하니까요. 그 2주간은 유학생들에겐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복습하기에 최고의 시간입니다. 수업에서는 알아듣기 힘든게 많은데 그런 것들을 평소에 계속 따라잡기에는 시간이 딸립니다. 더구나 찬이가 세상에 나오고 나서는 더욱 시간을 내기가 힘들었죠. 저는 25일까지는 명절 분위기로 처가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그 다음에 본격적으로 복습을 하려고 했는데.... 25일부터 저도 아파 버렸습니다.ㅜ.ㅜ




아내는 계속 젖 때문에 고생중이었어요. 젖을 물릴때마다 너무 아파했습니다. 젖꼭지도 헐고 상처나고 딱지가 생길 틈도 없이 매일 3,4시간마다 젖을 물려야하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요. 게다가 저까지 아프니 더욱 몸이 힘들어졌나보더라구요.


그렇게 우리는 서로 힘을 잃어가고.... 2018년 1월 1일이 되자 저는 몸이 조금 나아졌습니다. 1월 1일은 신년이니 친구들하고 밖에 나가 샴페인도 터트리고 폭죽놀이도 하고 그러는 날인데 저희는 당연히 그냥 집에 있었습니다.


"1월 2일부터 다시 도서관 문여니까 그때부터 나 공부 좀 할께. 이대로면 이번에 진짜 나 시험 붙을 자신이 없어"


독일 대학은 시험을 다시 볼 기회를 최대 2번밖에 더 주지 않기 때문에 괜히 떨어졌다가 맘 쪼들리지 않게 한번에 다 붙을려고 노력을 많이 합니다. 특히 유학생에겐 더 그렇죠.


"너가 도서관 가면 정말 열심히 공부해야해! 그만큼 내가 혼자 아기를 돌보는 것 때문에 나를 희생하는데 넌 도서관가서 딴 짓하거나 놀면 안돼!"


제가 알아들은 말로 번역하면 '그래 이기적인놈아 가라 가! 나 이렇게 고생하는데 너 혼자 육아에서 벗어나서 맘껏한번 해봐라~' 라고 들렸습니다.

저는 약간 좀 서운했습니다. 아내가 힘든건 알긴 알지만 그래도 시험은 떨어지면 우리 가족의 미래가 달라질 수 도 있는데... 라는 마음때문에요.


"그래 도서관 안갈게... 그냥 여기서 해볼게"


네... 저는 그래서 집에서 공부를 하려고 책을 폈지만 역시 집중이 될 리없죠. 찬이가 울고, 봐주고 다시 책상에 앉고를 반복하니까요.


그런데 저녁에 아내가 갑자기 오한이 들었습니다. 열은 39도까지 올라갔습니다. 젖몸살이었습니다. 타이레놀이나 이부프로펜 정도는 모유수유를 하더라도 괜찮다고 해서 한 알을 먹고 아내는 결국엔 드러누워 버렸죠. 문제는 다음날부터 토요일이라 우리가 가던 산부인과는 문을 열지 않습니다.


이런 응급 상황을 대비해서 휴일에도 전화로 의사와 24시간 상담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있습니다. 거기서 알려준데로 다음날 약국에서 젖몸살에 바르는 생약을 사오고 조산사도 집으로 불렀습니다.


"젖몸살에는 정말 정답이 없어. 그냥 자야돼."

"밤중에도 계속 깨서 수유를 해야하는데?"

"그러니까 누가 도와줄 사람이 있어야지.... 밤중에 말고 낮에도 틈틈히 잘 수 있게 누군가 있어줘야해 주위에 없어?"

"남편은 지금 공부때문에 너무 힘들어하는데... 결국 친정에 가야할까?"


아내는 결국 처가에 전화를 했고, 다음날 장인어른이 오셔서 아내와 찬이를 데리고 가셨습니다. 그리고 매일 전화를 하며 소식을 들었지요.

그 덕분에 저도 공부할 틈이 조금 생겼습니다. 일주일 정도가 되니 아내가 생기가 돌아온것 같았습니다.



"외할머니,외할아버지가 매일 1시간씩 찬이랑 산책도 나가주고 난 찬을 맡기로 3시간씩 더 자고 그러니까 많이 좋아졌어! 조금씩 찬이랑도 생체리듬이 맞춰지는것 같아! 그래서 1월 내내 친정에 그냥 있을려구~"


찬이를 한달동안이나 못보게 되는 것이었지요. 찬이를 못보니까 참 보고 싶더라구요. 제가 독일로 오기전 아내와 3달동안 떨어져 있을때도 있었는데 그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었어요~

어쨌든 찬이도, 아내도 다 괜찮아져서 참 다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