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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일상 및 육아일기/혼혈왕자 찬이 육아일기

찬이와 함께 사진을 찍다

아내는 11월에 생일입니다. 저희 둘은 생일이 다가오면 무엇을 선물해 줘야할지 고민이 참 많습니다.


저는 특별히 관심있는 것은 대부분 전자기기나 기계들이어서 비용이 만만치 않죠. 

책도 좋아하는 편이지만 여기서 살 수 있는 한국 책은 없다보니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저번 포스팅에서도 한번 언급했듯이 여기 독일에서는 생일을 맞는 사람에게 무엇을 선물해줄지 물어봅니다.


작년 11월 초쯤 이였습니다.


"이번에 내가 생일 선물 뭘 해줄까?"


"참 어려운 질문이네. 나도 네 생일 선물 생각하는게 정말 어려운데... 이번에는 한번 네가 생각해봐~ 나에게 뭐가 필요할지, 뭐가 좋을지 한번 "창의적인 생각"을 해봐"


네... 참으로 어려운 대답입니다.... 무엇이 좋을까 고민을 좀 했습니다. 그러다가 정말 우연치 않게 페이스북을 들어갔는데 우리가 사는 도시에 사진사 한명이 임산부와 이제 막 엄마가 된 사람들, 아기 사진을 전문으로 사진을 찍는다는 광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출처 - https://www.karolinroegner.com/



그래서 바로 저는 메일을 보냈죠.

"내 아내가 이제 막 엄마가 되었어요. 생일 선물을 뭘 해줄까 하다가 이게 딱 제 눈에 들어오지 뭐에요? 제가 돈을 송금할테니 쿠폰을 보내주시겠어요?"


답장이 바로 왔습니다. 그 사진사는 특별히 스튜디오가 있는 것은 아니고 보통 풀밭이나 자연에서 사진을 찍는 분이었습니다. 상세한 내용과 가격,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고 며칠 후 쿠폰을 우편으로 받았죠.


"네가 생일 선물을 "창의적"으로 생각해보라고 해서 준비했어. 자 한번 열어봐~"


"오~ 사진찍는 쿠폰이네~ 좋다~"


하지만 표정은 그닥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은 아니더군요.... 뭐.... 제 느낌일 뿐이지만요


아내는 곧바로 사진사와 연락을 했습니다.


"보통 저는 자연에서 사진을 찍기 때문에 겨울에 찍는 건 조금 춥고 힘들 수도 있어요. 게다가 이제 막 아이도 태어났으니까 조금 더 있다가 3월이나 4월이 어떨까 싶어요."


그래서 3월쯤에 다시 메일을 보냈는데 아내가 답장이 없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2,3번 더 보내고 나서야 그 사진사가 메일 주소를 바꿨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이 지점에서 약간 수상한 느낌을 받긴 했지만 어쨌든 홈페이지도 그대로 있고 거기에 메일 주소도 바꾼 것을 게시해 놨더라구요.




바꾼 메일 주소로 다시 메일을 보냈더니 답장이 왔습니다.


"지금 예약이 많이 차버려서 6월쯤에 하는게 어떨까 싶어요."


그래서 아내가 사진사와 구체적으로 일정을 잡았습니다.

"소명. 나 사진찍을때 나하고 찬이만 나온 사진보다는 너와 같이 찍은 사진도 있었으면 좋겠어. 사진찍을때 같이 찍자"


엄마와 아기만 사진을 찍는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아빠도 같이 찍어도 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같이 찍기로 하고 일정을 기다렸습니다.


사진찍는 장소는 바로 우리집 뒷 언덕이었습니다. 

거기에 산책로도 있는데 몇번 가봤더니 경치도 좋더라구요. 

독일은 보통 산이 별로 없습니다.

 있더라도 우리나라로 치면 언덕에 불과하죠.

하지만 우리가 사는 지역은 산이 많은 편이에요. 물론 한국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산책이나 클라이밍을 할 정도의 산들도 좀 있는 편입니다.


사진사를 만나서 아내와 찬이는 먼저 사진을 찍었습니다.


여러장을 많이 찍었는데요.

 아내는 찬이에게 젖을 물려주는 사진도 찍고 이렇게 찬이를 들고도 찍고 더 깊은 풀밭으로 가서도 찍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진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더라구요.



사진사는 우리보다 나이가 몇살 조금 많은 듯 보였습니다. 


"어쩌다보니 내 손에 언젠가부터 카메라가 들려있었고, 자신의 친구들이 결혼식이나 아기들 사진찍는 요청을 해왔고 그래서 직업으로 삼아도 될까 생각을 해서 시도를 해보고 있어요. 

작년에 페이스북에 광고를 냈을 때부터 올해 1,2월까지는 사실 사진 요청이 많지 않아서 안되려나보다 생각을 했지요.

그런데 갑자기 요즘 사진 요청이 폭주하기 시작했어요. 사실은 8월까지 예약이 가득찼는데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는 임산부들이 사진 요청을 해오면 억지로 일정을 끼워맞출 정도에요."



사진을 작업하고 다음날 저희는 파일들을 보았습니다.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사진은 5장인데 사진사가 먼저 여러장을 선별해서 작업을 하고 그 중에서 5장을 고르거나 맘에 드는게 많은 때는 장당 더 비용을 더 지불하는 식이었죠.


"와~ 정말 맘에 든다~ 5장을 여기서 어떻게 고르지?"


아내는 사진을 보고 정말 좋아했습니다. 

저번에 쿠폰을 받을때는 이런 표정이 분명 아니었는데요....ㅎㅎ


"비용을 더 지불해도 괜찮으니까 맘에 들면 더 골라"


추가적인 비용을 문의했더니 장당 10유로를 더 내고 전체를 다 사려면 80유로를 더 지불하면 된다고 하더군요. 전체 사진 장수가 66장이었습니다.


"그럼 그냥 우리 다 살까? 내가 꼭 살것만 골라봐도 10장이 넘어가 그냥 다 사는게 좋겠어~"



그래서 결국 우리는 사진을 다 샀습니다. 그중에 3장을 고르면 사진을 출력해서 주는데 사진사가 4장을 출력해서 보내줬더라구요.

그래서 물어봤더니 저와 찬이 단둘이 찍은 위의 사진이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든다고 추가적인 비용없이 그냥 출력을 해서 보내줬습니다.


사실 사진사가 전문적으로 배운 것도 아닌데도 참 잘 찍는 것보니 사람마다 정말 타고난게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의 사진사들이 보면 어떨지는 잘 모르겠지만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