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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일상 및 육아일기/독일의 일상생활

독일에서 결혼식은 어떻게 할까?

저희도 물론 한국, 독일 두 곳 모두에서 결혼식을 했습니다.

하지만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자유가 중요한 나라에서 결혼식이란 자신들만의 문화나 프로그램들을 만드는게 아주 강합니다.


한국의 결혼식은 솔직히 말해서 너무 뻔하고 지루합니다.

그냥 형식적으로 손님을 치르고 거기에 "축의금"을 받고 손님은 마치 비싼 밥값을 치르는 것 같고 부부와 부모님은 그냥 부어놓은 곗돈 타는 날 같습니다.

제가 한국 결혼식을 너무 비약했나요?


신랑,신부 입장, 주례, 축가, 퇴장, 식사

이 모든게 일사천리로 1~2시간 안에 끝나고 모두 집에 귀가하는게 독일에서 결혼식을 경험해본 사람으로서 그냥 그렇게 느껴집니다.

게다가 이 모든 것을 업체에 맡겨 업체가 짜주는 예복, 장식, 식사대로만 한다는게 한편으로는 편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식상하게 느껴집니다.


2014년에 한 우리 부부의 독일 결혼식



독일에서는 보통 결혼식이 혼인신고하는 호적 사무소에서 있습니다.

교회에서 결혼식을 하지 않는 사람은 이 호적 사무소에 있는 조그마한 강당에서 조촐하게 가족들과 가장 친한 친구들만 불러 치릅니다.

심지어 주례를 봐주는 공무원까지 있지요.


많은 사람들은 교회에서 결혼식도 합니다.

그러니까 두번 결혼식을 하는 셈이지요 ㅎㅎ 

믿음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교회를 자주오든 안오든 상관없이 세례를 받았다면 교회에서 결혼식하는게 가능합니다.


아내의 직장 동료중 한명이 세례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내는 신기해서 그 직장 동료에게 물었지요.


"최근에 세례를 받았다면서요? 이제 교회를 다니는 거에요?

하나님은 어떻게 알게 되었고 왜 믿게 되었어요?"


세례는 한국에서는 아무에게나, 군대에서 막 퍼주지만 독일에서 세례를 받는다는 것은 정말로 믿음이 생겼다는 신앙고백의 성격이 강합니다.


직장동료는

"아니.... 이번에 곧 결혼하는데... 교회에서 결혼이 너무 하고 싶어가지고 그냥 세례를 받기로 결심했어요....."

문화의 성격이 강한 기독교라는 종교는 요즘 더욱더 빠르게 문화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독일에서 결혼식은 두 부류의 손님으로 나뉩니다.


결혼식에만 참석할 사람

결혼식과 파티 둘 다 참석할 사람


결혼식에는 누구나 다 참석할 수 있지만 파티는 초대장을 받은 사람만 참석할 수 있습니다.

결혼식의 초대를 받으면 그 날과 다음날은 일정을 완전히 비워놔야합니다.

파티는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지거든요.


결혼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신랑,신부가 전부 다 만들어냅니다.

교회 장식, 파티 장식, 케잌, 꽃, 심지어 배경음악까지...


신부입장! 이라고 한국에서 외칠때 트는 배경음악이 독일에서 들린다면.... 아마 증조할머니, 증조할아버지 결혼식이냐고 물을 수 도 있을 겁니다.ㅋㅋ 다들 나름의 음악을 준비합니다.

파티에서 할 프로그램은 신랑과 신부의 형제 자매 중의 한 명이 신랑, 신부 모르게 비밀리에 짭니다.

초대 받은 사람들과 연락을 해서 게임이나, 연극, 음악회 등등을 신랑과 신부의 서프라이즈를 위해서 계획합니다.


녹슨 톱으로 신랑과 신부가 궁합이 얼마나 잘 맞는지를 보려고 통나무를 자르는 독일 전통


결혼식을 마치면 커피타임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결혼식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모여 제공되는 커피와 케잌을 먹고 신랑과 신부는 모든 사람 한명, 한명씩 포옹하며 결혼식에 와준 사람에게 고마움을 표현합니다.

우리나라처럼 거액의 금액을 축의금으로 하지는 않지만 돈을 주는 사람도 더러있고 선물을 주는 사람이 주로 많습니다.


결혼식이 끝나면 파티할 장소로 옮겨가는데 저희는 마침 결혼식 한 교회에 연회장같은게 따로 있어서 거기서 했습니다.



거기서 이렇게 처가 식구들이 만들어준 프로그램도 즐기고, 출장식 뷔페를 불러 음식을 나누고 맛있는 맥주와 와인을 즐깁니다.

모든 프로그램이 끝나면 약 9~10시 정도부터는 댄스타임이 시작됩니다.

그러면 춤을 추고 싶은 사람은 DJ가 트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밤새도록 먹고 마십니다.


독일 결혼식에서 가장 힘든게 뭐냐고 묻는다면, 준비와 뒷정리라고 말할겁니다.

모든 준비와 뒷정리를 신랑,신부의 가족이 다 해야하니까요.

물론 좋은 친구들은 그 과정을 도와주기도 합니다.


독일에서 외국인으로서 결혼식에 초대받는다는 건 사실 그리 쉬운일은 아닌것 같습니다.

결혼식에 초대받으려면 대개 베스트 프렌드까지는 아니어도 상당히 좋은 유대감을 갇고 관계를 계속 이어나가는 사람 정도는 되어야 하거든요.

아마 독일에서 그냥 공부만 하고 가신 분들, 그냥 저냥 살다가 가신 분들, 독일에서 한국인들 하고만 지내시는 분들은 독일 결혼식을 경험해보지 못하셨을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