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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일상 및 육아일기/독일의 일상생활

결혼식에 초대 받다!

지난번에 결혼식에 초대받은 이야기를 쓰려다가 독일 결혼식에 대한 것을 쓰다보니 길어져서 한국과 독일의 차이점에 대해서 언급을 하고 마쳤습니다.


독일사람과 결혼하다보니 친척이 결혼할때, 친구가 결혼할때 초대를 받아 결혼식을 참 많이 갑니다.

또 저희 나이 또래들이 한참 결혼식을 많이 할 때니까요.

이번에는 독일에서도 상당히 이례적인 결혼식에 초대받았습니다.


아내가 아직 학교에 다닐때 노래 과외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아내의 아버지도 음악을 하시다 보니 주변에 아는 음악인들이 많은데요.

그 중에서도 특별히 지금까지 연락을 하고 있는 분이지요.


그 분은 이미 자녀도 있는데 한번 이혼을 하시고 지금 만나는 분과 오랜 시간끝에 결혼식을 올리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결혼식을 3일동안이나 열기로 하시고 많은 사람들을 초대하셨습니다.


결혼식은 금,토,일 이렇게 3일동안 열렸는데요.

프로그램을 가득 채워놓은 줄 알았더니 그런건 아니었더라구요.

이 사람 저 사람과 이야기 해보니 독일 전역 뿐만 아니라 영국, 미국, 러시아 다른 나라에서도 많이 왔었습니다.

그래서 3일동안이나 결혼식을 하는구나~ 라고 생각을 했죠.

노래를 하시는 분이다보니 여기 저기 음악인들을 참 많이 알고 계시더라구요.



결혼 하시는 분들의 나이도 좀 있다보니 초대 받은 손님들도 어린 자녀들이 참 많이 있었습니다.

첫 날은 가볍게 커피를 마시며 모인사람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주변에 트랙터를 가지고 있는 농부를 한명 불러서 뒤에 볏짚으로 좌석을 만들고 저렇게 아이들을 앉혀 동네 구경을 시켜주었습니다.

찬이도 엄마와 함께 탔는데요. 

계속 덜컹거려서 그런지 트랙터 투어동안에 잠을 잤다고 하네요.ㅎㅎ



간단히 커피를 마시고 저녁에는 굴라쉬와 빵, 삶은 감자가 제공되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는 삶은 감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요.

독일 감자는 정말 맛있습니다.

물론 감자의 종류도 많은데 그 중에서 "단단한 감자"라는게 있습니다.

이것은 삶아도 감자가 잘 부서지지 않습니다.

이 감자는 정말 맛있어요.

게다가 굴라쉬까지 정말 맛있었습니다.



그 다음날에는 파티장에서 불과 30m 떨어진 교회에서 결혼식을 했습니다.

결혼식에서 신부는 하얀 드레스?

네 독일에서도 주로 하얀 드레스를 입긴 합니다만 그게 법은 아닙니다.

이들은 정말 뭐든지 자기가 하고 싶은데로 다 바꿉니다.

독일에 "표준"이란 단어는 참 애매모호합니다.

목사님이 이렇게 주례를 서주고, 초를 켜고, 반지를 나누고 축가를 부르고 신랑 신부는 저 의자에 앉아서 결혼식을 진행했습니다.



신랑 신부가 퇴장할때 신랑,신부의 자녀들과 조그마한 아이들이 꽃바구니에서 꽃잎을 뿌리며 신랑, 신부의 앞길을 축복해주었습니다.

그야말로 꽃길을 걷게 된 셈이죠.


그리고 점심 식사를 하기 전에 신랑의 아버지가 한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지금 할아버지가 아니라 증조할아버지입니다. 나한테는 지금 증손자가 여럿있는데 첫째가...."


"요한이요!"


"아 그래 요한! 이제 손자에 증손자까지 있다보니 제가 이들 이름을 다 언급하려면 종이에 적어서 나열하는데만도 시간이 걸려요.

그래서 이게 내 아들 결혼식이지만 증조할아버지가 할아버지 결혼식을 축하해주는 셈이 되어버렸어요"



증조 할아버지의 축하의 말씀에 많은 사람들이 웃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식사가 나왔는데 이따 저녁에 많이 먹을테니까 점심은 가볍게 채식식단으로 나왔어요.

가지와 주키니 여러가지 채소를 구워 소스를 곁들이고 샐러드에 볶음밥 같이 나왔습니다.

먹어보니 메밀을 좀 섞지 않았을까 생각되었는데요.

정말 맛있었어요.

제가 지금까지 다녀본 결혼식 중에 가장 맛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녁이 정말 기대되었어요.

마침 우리 부부 옆에 신부의 삼촌 내외분이 앉아서 같이 이야기하며 담화를 나누었습니다.


"우리 아들 중의 한명이 중국 여자하고 결혼했는데 그래서 결혼식에 초대를 받아서 중국을 갔거든. 그런데 정말 결혼식이 우리가 하는거랑 완전히 다르더라고"

요즘에는 더욱더 국경의 차이가 많이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저녁을 먹기 전에는 콘서트가 있었습니다.

역시 음악인답게 음악을 하는 친구가 정말 많았는데요.

그래서 따로 한 시간정도 콘서트를 했어요.

성악, 하프, 바이올린, 투바, 기타 등등 정말 여러가지 연주회를 했어요.

그 중에 단연 으뜸은 바이올린이었습니다.

유튜브에 Die Lerche라고 치고 우리가 연주회때 들었던 곡을 들을 수 있으실텐데요 정말 강추해드립니다.


들어보실분은 

여기!!! 


를 클릭해보세요



저녁을 먹는 시간에도 라이브 뮤직이 있었는데요.

아쉽게도 저희는 한곡도 듣지 못하고 그냥 밥만 먹고 나와야했어요.

이미 8시를 훌쩍 넘어서 찬이가 점점 잠이 오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허겁지겁 밥을 먹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저녁은 직접 그릴한 다양한 고기와 쿠스쿠스, 건포도가 들어간 밥, 구운 파프리카, 매운 토마토 소스등 뷔페식으로 정말 여러가지가 있었는데요.

역시 점심에 가졌던 기대를 만족시키는 음식이었습니다.


다음날은 제가 사진을 찍지 못했어요.

마지막날은 신랑, 신부가 오래된 학교 건물을 하나 샀는데 거기를 문화 공간으로 만들려고 준비중입니다.

그래서 거기서 갤러리처럼 그 지역 아티스트들의 그림들을 전시회처럼 열었습니다.

그리고 브런치 식사타임을 가지고 모든 행사를 마쳤습니다.

참 유별나고 특이하면서도 뜻깊고 좋은 결혼식에 초대를 받아 참 감사했습니다.

여러분들도 독일의 독특한 결혼식을 한번 보실 기회가 있으시다면 주저말고 스케쥴을 반드시 비워두시기를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