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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일상 및 육아일기/독일의 일상생활

이제는 독일에서도 여름나기가 힘들다!

"소명. 날씨가 너무 덥다. 그러니까 집에 있는 모든 창문들을 닫어놔"


제가 2014년 4월에 독일에 오고 열심히 독일어를 배우고 있을 때 여름이 찾아왔습니다.

그리곤 장모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저는 속으로 '아니 날씨가 더우면 창문을 열어야지 왜 창문을 닫으라고 하지?' 라고 생각하며 장모님이 잘못 말씀하셨나라고 생각하며 제 방은 창문을 열어놨습니다.

처가는 2층집인데 저희는 2층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2층은 확실히 햇볕을 직접 받다보니 덥긴 더웠죠.

열심히 독일어를 공부하다가 무엇을 좀 마시려고 아래층 거실에 내려갔습니다.


독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햇빛가리개입니다. 완전히 다 내리면 집은 완전히 깜깜해지지만 시원해지죠



그런데 이럴수가....

장모님은 아래층의 모든 창문을 다 닫아놓으셨어요.

그것도 모자라 창문 햇빛가리개까지 내려놓아서 완전히 깜깜하게 만들어 놓으셨어요.

내려가자마자 저는 무슨 에어컨을 틀어놓은 줄 알았습니다.

유럽의 여름은 덥지만 건조합니다.

즉 어디든 그늘에만 가면 햇빛에 있는 것 보다 훨씬 서늘해집니다.

보통 집들은 밤에 창문을 열어 시원한 바람이 아침까지 들어오게 만든 다음에 날이 더워지기 전에 창문과 햇빛가리개까지 내려놓습니다.

그러면 찬 공기는 집 안에 고립되어 시원함을 유지시켜주지요.


역시 장모님의 말을 들어야 했어요.

수십년간 유럽 땅에서 사셨는데 그런 분이 하신 말씀을 내 상식에 비추어 무시해버리다니요....

다시 한번 반성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큰 강의실에 사람이 가득차도 별로 덥지가 않습니다. 가장 아래 가운데 남학생은 반바지를 입었는데 옆의 학생들은 후드티나 목도리를하고 있습니다. 무슨 계절일까요?



보통 독일의 대학은 7월 중순까지 강의기간이고 그 후부터 약 한 달간 시험기간입니다.

7월 중순까지 매일 보는 독일 친구들은 언제나 항상 얇은 자켓을 들고 다닙니다.

대학 건물처럼 큰 곳들은 더욱 차가운 공기를 많이 머금고 있습니다.

큰 강의실 같은데 들어가 강의를 듣고 있으면 반팔을 입고 있는 학생들은 주섬주섬 가져온 자켓을 입어야할 정도죠.

저도 학교에 갈땐 아무리 더워도 반팔, 반바지는 입고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올 해....

한국은 정말 더 최악이겠지만 독일도 정말 힘들어졌습니다.

문제는 독일에는 보통 가정 집이나 직장에도 에어컨은 커녕 선풍기 조차도 없는 곳이 태반입니다.

그리고 어제 기온은 35도를 넘어갔습니다.




독일에 재밌는 법이 하나 있습니다.

주로 사무실, 학교 학생,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인데요.

기온이 섭씨 30도를 넘어가면 고용주는 고용인들이 옷 단추를 풀 수 있게 해줘야하고, 시원한 음료와 수분을 제공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덜 더운 더 이른 아침에 일을 하고 일찍 퇴근할 수 있도록 해주지요.

바깥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는 거기에 선크림까지 제공해 주어야합니다.

그리고 35도가 넘어가면 Hitzfrei(힛쯔프라이)라고 해서 학교 학생들은 파교를 하고 사무직 회사원들도 퇴근을 합니다.

그리고 다른 날 적게 일한 시간을 채워 일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올해 한국은 정말 많이 덥겠지만 그래도 요즘은 한국이 그립기까지 합니다.

밖은 덥지만 어찌됐든 카페라도 가거나 심지어 직장에서라도 에어컨 바람을 쐴 수 있잖아요.


저는 지금 대학교에서 요구하는 실습때문에 세무사 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정말 선풍기 조차도 없습니다.

힛쯔프라이로 이틀 전에는 일찍 업무를 마치긴 했지만 실습 시간을 채워야하는 저로써는 별로 반갑지도 않았습니다. 

하루 더 일을 해야하는 셈이니까요.


요즘 들어 계속 30도가 넘어가는데 바람도 별로 불지 않고 건물은 강한 햇빛에 계속 쬐어 찜통이 되어가는데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으니 의욕은 줄어들고 그냥 축 늘어지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