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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일상 및 육아일기/독일의 일상생활

독일 맥주(3), 다양하게 맥주를 즐기는 법, 알고 마시면 더 맛있다!

과거에 맥주 순수령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맥주가 발전되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이제는 그것도 옛날 이야기입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벨기에 같은 나라에 비하면 독일 사람들의 입맛은 여전히 보수적이라고 할까요?

경험상 특히 나이든 세대일수록 그렇고, 남자일수록 더욱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작년에 한국에서도 막걸리를 같이 마셔봤는데 막걸리는 확실히 단 맛이 강하죠. 그래서 마셔보더니 장인어른과 아내의 이모부는


"달달하고 맛이 풍부하긴 하네. 근데 우린 씁쓸한 거 그냥 마실게~"

라고 하시면서 독일 맥주 필스너를 드시더군요.


이 씁쓸한 맛 때문에 독일 여자들도 그냥 맥주를 많이 마시진 않는데요. 

그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프라우엔비어(Frauenbier, 여자 맥주)라고 말하는 것들이 여러개 있습니다.


라들러(Radler), 여자들의 공식 맥주



직접 섞어마시지 않고 이렇게 아예 병째 섞여서 나올정도로 완전히 맥주회사의 공식적인 맥주가 되었습니다.

알코올 도수는 보통 2.5%정도 되구요. 

맥주에 레몬에이드를 섞었습니다.

여자 맥주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게 바로 이 라들러(Radler)라는 맥주입니다. 

1993년 맥주 세금부과법이 바뀌면서 공식적으로 섞어서 파는 것이 허용되었습니다. 

그러니까 겨우 25년의 역사밖에 되지 않은 것이지요. 

물론 그 전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마셔오고 있었지만요.


어떤 맥주에 섞느냐에 따라 물론 맛도 달라집니다.

대개 밀맥주, 필스너에 섞습니다.

필스너에 섞으면 쓴 맛은 사라지고 달고 깔끔합니다.

개인적으로 느낄때 맥주 향은 전혀나지 않고 뭔가 끝맛이 구수하고 레몬향이 가득한 탄산음료를 마시는 느낌이랄까요?


밀맥주에 섞으면 밀맥주 특유의 텁텁함이 올라옵니다.

맛이 깔끔하지는 않지만 필스너에 비해 맛이 풍부한 편이지요.




주의해야할 것은 지역마다 부르는 이름이 조금 다르다는 것입니다.

독일의 북쪽 함부르크 하노버 쪽으로 가면 알스터(Alster)라고 하고

뮌스터에 가면 복부어스트코흐바써(Bockwurstkochwasser)라고 직역하면 소시지 끓인 물이라고 합니다. 

소시지 끓인 물과 색깔이 비슷하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입니다.


맥주가 콜라와 만나다. 디젤(Diesel), 콜라바이첸(Colaweizen)


맥주에 혹시 콜라를 섞어서 마셔보실 생각은 해보셨나요?

역시 두가지가 있습니다. 

필스너에 콜라를 섞으면 대부분 디젤(Diesel)라고 하고 혹여는 콜라비어, 드렉키게스비어(Dreckiges Bier, 더러운 맥주), Kalter Kaffee(칼테 카페, 차가운 커피)라고도 합니다.

밀맥주에 콜라를 섞으면 콜라바이첸(Colaweizen,바이첸은 밀이라는 뜻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콜라바이첸을 좋아합니다. 

콜라가 밀맥주의 텁텁한 맛을 잡아주면서 밀맥주만의 특유의 풍미와 함께 마지막에 단맛이 올라오죠.

디젤은 콜라의 단맛이 처음에 확 올라오다가 끝에 갈수록 필스너의 쓴 맛이 올라옵니다.

시중에 아예 섞어서 나오는 맥주들은 별로 맛이 없습니다.

레스토랑에 가면 직접 섞어서주고, 집에서도 그냥 섞어서 먹을 수 있습니다. 

맥주와 콜라를 2:1 정도로 하는데 너무 달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거기서 콜라를 조금더 줄이시면 됩니다.


여자맥주의 끝판왕, 바나넨바이첸(Bananenweizen)



비주얼이 좀 충격적이지요? 

저도 처음에 보고는 이걸 꼭 마셔봐야되나;;;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바나넨바이첸, 바나나주스와 밀맥주를 섞은 것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아는 모든 여자들은 다 좋아하는 맥주였던 것 같습니다.

밀맥주와 100%바나나주스를 2:1로 섞은 것입니다.

주의해야할 것은 밀맥주가 아닌 다른 맥주로 하면 맛이 없습니다.

저번에 필스너로 한번 섞어봤는데 바나나주스가 필스너의 쓴맛을 하나도 잡아주지 못하고 바나나의 비린내가 나는 느낌이었습니다.


밀맥주와 바나나주스는 정말 환상의 궁합입니다. 

이거는 제가 맛을 표현을 못하겠습니다. 

그냥 드셔봐야 아니! 이런 신세계가! 라는 생각이 번쩍 들겁니다.

저도 한번 이것을 맛보고는 한동안 레스토랑에서 이것만 시켰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정도로 강추하는 아이템입니다!


파쓰브라우저(Fassbrause)



이것은 맥주라고 부르기엔 조금 애매한 녀석들입니다.

알코올도 대부분 거의 없죠.

파쓰브라우저는 원래 레몬에이드에 순수한 허브나, 과일 주스, 또는 맥아를 섞은 것입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맥주회사들이 여기에 무알콜 또는 알콜 맥주를 섞으면서 맥주의 반열에 뛰어오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즘 파쓰브라우저라고 말하면 보통 독일 사람들은 여러가지 과일맛이 있는 맥주의 한 종류로 생각할 겁니다.


대게 레몬에이드맛, 석류맛, 엘더플라워, 엘더열매맛, 자몽맛 등이 있습니다.

맛은 왠지 과일주스가 들어간 건강한 탄산음료라고나 할까요?

거기에 끝에 약간의 맥주향이 나는 느낌입니다.

맥주가 주인공이 아니고 그냥 서브인셈이죠.




이렇게 해서 여러가지 다양한 맥주 즐기는 법을 알아봤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같은 필스너중에서도 브랜드별 차이점,

흑맥주의 차이점 등등을 한번 포스팅해보고 싶네요.

생각보다 독일은 맥주 양조장을 끼고 하는 레스토랑이 많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나중에 학업을 마치고 여유가 생기면 맥주 양조장 투어를 한번 해보고 싶기도 합니다.


장인어른의 직장동료중에 한 분이 크리스마스만 되면 맥주를 직접 만드시는 분이 계신데요. 

저도 레시피를 받아서 직접 맥주를 만들어볼까도 생각중에 있습니다.

물론 제가 맥주를 잘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독일에 와서 맥주 맛을 알게 되고 차츰 여러가지 맛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그렇게 직접 만들면 또 제가 직접 만든 수제맥주에 대한 후기를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에 잠깐 방문했을때 수제맥주집을 몇번가봤는데 정말 맛있더라구요. 

한국도 이제는 독일 못지않게 정말 다양한 맥주를 맛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여러분도 맛있는 맥주와 함께 여기서는 맛볼 수 없는 한국의 치킨! 즐기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