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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일상 및 육아일기/혼혈왕자 찬이 육아일기

독일에서 출생신고 하러 갔는데 이름이 등록이 안된다구요??

독일에서는 출생을 하면 14일 이내에 반드시 출생신고를 해야합니다. 안그러면 벌금도 있구요. 또 Kindergeld라고 해서 자녀 양육비가 출생신고를 하고 신청하는 순간부터 나오니 출생신고를 미룰 이유도 없죠.

병원에서 출산을 하면 병원에서 아이가 출산했다는 증명서를 시청 출생신고업무과에 팩스로 보내주고, 저희는 시청에 가서 신고를 하면 됩니다.


아이의 이름을 정할때는 반드시 엄마의 싸인과 아빠의 싸인이 다 있어야해요. 보통 엄마들은 출산하고 어디 돌아다니기를 힘들어하잖아요? 그런 엄마들을 위해서 출생 전에 시청에 부부가 가서 아빠가 나중에 들고 오는 이름에 동의한다는 싸인을 미리 가서 할 수 도 있어요. 아내와 저는 미리 시청에 가서 그 과정을 걸쳤고 저는 이제 이름을 확정짓고 시청에 싸인만 하면 되는 거였습니다.


(예나 시청)


그런데 이게 또 무슨 일 일까요? 담당 공무원이 말합니다.

"우리 독일에는 이름 핸드북이라는게 있어 등록할 수 있는 이름들을 그 핸드북에 써놓지. 그런데 찬이라는 이름은 없어. 핸드북에 없다고 하더라도 인터넷 어디라도 그 이름을 누군가가 쓰고 있고 남자 이름이 확실하다면 내가 등록해줄 수 있어. 근데 내가 찾아봤는데 아무데도 없어. 누군가 찬이라는 이름을 쓴다는 걸 증명할 수 있어?"


헐.... 이게 무슨 일일까요? 

물론 한국에 '찬'이라는 이름은 많을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알파벳으로 적어야한다는거죠. 그리고 'Chan'은 당연히 한국 사람들도 이 영문이름으로 쓰겠죠. 문제는 독일에서 'Chan' 이라고 등록한다면 사람들은 그 글자를 보고 '찬'이라고 발음하지 않고 '햔'이라고 발음할 겁니다.

그래서! 독일인들 편하라고! 독일인들 제대로 발음해주라고 'Tschan'이라고 이름을 신청한거죠. 찬이라는 이름을 쓰는 사람은 당연히 독일에 없었고 한국 사람중에서도 독일어로 찬을 쓰는 사람은 찾기가 힘들지요.


"내가 이걸 증명하긴 어려워 왜냐하면 한국사람들은 알파벳으로 이름을 쓸때 영문식으로 쓰지 독일식으로 쓰진 않거든. 하지만 발음은 같잖아"


"아니야 그래도 이 철자를 찾을 수 없으면 나는 등록해 줄 수 없어. 하지만 방법은 있어 middle name을 붙이는 거야. 예를 들면 park peter Tschan(박 피터 찬) 이런 식으로 하고 부를때는 찬이라고만 부르면 아무 문제 없어."


박 피터 찬이라니....


"한가지 다른방법이 더 있긴한데.... 라이프치히 대학에 이름을 연구하는 기관이 있어 거기에 의뢰를 해서 '찬'이라는 이름이 존재하고 남자 이름이라는 걸 확인해주는 문서를 받아오면 돼."


아내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아내는 이름에 찬만 들어가길 원한다고 했죠. 그래서 아내는 라이프치히 대학에 전화를 했습니다. 전화요금이 1분에 2유로(2600원)이었습니다. 헐;; 이런 공공기관에서 완전 날강도짓을 하네요..

그리고 1주일 후에 편지를 보내줄 거라고 했습니다. 사실 저는 편지를 받고 더 화가 났습니다.



'Tschan이라는 이름은 남자 이름으로 한국에서는 Chan이라고도 쓰고 뜻은 빛나다 광채가 나다이고 산스크리트 이름으로 Chan은 달 어쩌고 저쩌고.........'


라이프치히 대학에서는 Tschan이나 Chan이나 아무 차이 없이 같은 이름으로 본겁니다. 게다가 저희는 의뢰비로 또 40유로(52000원)을 지불해야했죠.


저는 다시 시청에 갔고 씩씩거리는 말투로 말했습니다.

"나는 확인서를 받고 조금 실망했어! 확인서에는 Tschan이나 Chan이나 똑같은 이름으로 취급했는데 나는 이걸 위해서 1분에 2유로나 하는 통화를 5분동안이나 해야했고, 게다가 이 확인서를 받는데 또 40유로나 더 내야했어!"


공무원은 조금 미안하다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나로서는 어쩔 수 없어 Tschan이 Chan과 같은 이름으로 취급되는지 몰랐고 난 메뉴얼대로 할 뿐이야."



이렇게 제가 불만을 토로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그 사람이 변상해 줄 건 아니거든요....ㅜ.ㅜ 이렇게 독일사람들은 융통성이 없고 본인이 책임질 일이나 모르는 일에는 굉장히 보수적이고 수동적인 태도를 취합니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이게 독일인걸요... 흑흑... 

그래도 어찌됐든 우여곡절끝에 이렇게 위와 같이 출생신고를 하고 무사히 출생증명서를 받아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