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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일상 및 육아일기/독일의 일상생활

우리 동네에 열린 벼룩시장

모든 동네가 다 그런건 아니지만 가끔 특별히 동네 활성화가 잘 되어서 이벤트들이 많을 때가 있습니다. 저희 동네가 그런 편인데요. 우리나라로 치면 동 정도 되는 조그마한 단위인데 동네의 발전을 위해서 하는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이 좀 있습니다. 아마 우리나라로 치면 통장이라고 하던가요? 저희 어머니가 통장을 한번 했었는데 통장을 하면 국가에서 돈도 조금 주더라구요. 수고비 형태로요. 하지만 여기는 그런 수고비 형태는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희 집 앞에 조그마한 사무소가 있어요. 우리나라 같은 동사무소는 없어요. 저희는 동사무소에서 등본도 떼고 출생신고도 하고 여러가지 업무를 보잖아요? 독일은 보통 시에 한군데에서 거의 모든 업무를 담당합니다. 아무튼 그 사무소는 그냥 자발적인 참여자에 의해 운영되며 한달에 한번 정도 우리동네 소식지를 발간합니다. 이번에 우리 동네 인구와 출생의 감소로 유치원 운영이 어려워져서 곧 문을 닫는다는 슬픈 소식이 들려왔는데요. 그래도 문 닫는 것을 막기 위해 또 힘을 쓰고 있는 것 같더라구요.


저번 달에도 소식지가 어김없이 날아왔습니다. 보통은 잘 보지 않는데 그날따라 왠지 그냥 뭐가 담겨져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훑어봤었어요. 동네 교회가 200년 되어서 이벤트를 한다는 소식도 있었고.... 딱 눈에 들어오는 것! 벼룩 시장을 연다는 것이었는데요. 동네 사람이면 누구나 와서 사고 팔 수 있는 시장입니다.


제가 영국에 있을때 카부츠 시장에서 사고 팔아본 적이 있는데요. 카부츠 시장에서 팔려면 자리세를 내야합니다. 그리 비싸진 않고 그냥 2,3유로 하는 정도였는데요. 이번에 아내에게 벼룩 시장 이야기를 했더니 우리도 나가서 팔자고 그러더군요. 그래서 사무소에서 등록을 했는데 자리세가 없더라구요~ 동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영국에 있을때는 카부츠 시장이 거의 매주 열렸는데요. 여기는 그렇게는 열리지 않는 것 같아요. 중심가에도 벼룩시장이 열리는데 그렇게 자주 열리지는 않더라구요.


벼룩 시장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열리는데 사람들이 보통 8시부터 나와서 좋은 자리를 선점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우리도 8시에 나가기로 했으나..... 역시 맘대로 안되지요?ㅎㅎ 8시 30분 정도에 나가봤습니다.


역시나 독일 사람들은 부지런합니다. 자리를 잡자마자 사진을 찍었는데 벌써 좋은 자리는 다 누군가 차지해버렸고 준비성 좋은 사람들은 알맞은 책상과 의자를 준비하고 진열을 마쳐놓았습니다. 저희는 골목 조금 안쪽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보통 아기나 아이들 옷, 장난감, 신발도 많이 나오구요. 가끔 전자기기도 나오는데 오늘은 파는 사람이 거의 없더라구요. 아기들 옷 같은 경우는 거의 떨이로 팔아요 5벌에 1유로(1300원) 한 벌에 20-30센트(260~390원) 하는 경우가 많죠. 여자 남자 장난감도 가릴 것 없이 많고 책도 많이 나옵니다.



저희도 이렇게 진열해놨어요. 제가 몇년 전에 독일에서 한번 팔아볼까 생각하고 샘플을 받아봤던 스크래치북하구요. 아내는 18살때부터 독립해서 살아서 여러가지 모아둔게 참 많았어요. 이사를 하면서 많이 버리긴 했지만 또 같이 살면서, 결혼식 하면서 남았던 장식들 등등을 내놓았습니다. 진열을 마치자 마자 작은 촛불을 넣을 수 있는 램프를 1유로에 팔았어요. 아쉽게도 사진을 찍기 전에 팔렸네요;;ㅎㅎ

어쨌든 출발이 좋았습니다.


저희는 아침을 먹고 오지 않아서 잠깐 요깃거리를 사면서 주변을 봐봤어요. 


사진을 여러장 찍지는 못했는데 이렇게 딸이 있는 집은 딸이 더이상 입을 수 없는 옷들을 사이즈별로 구분해서 진열해놓습니다. 여러가지 잡다한 물건들이 많이 있지요?


사람들이 조금씩 더 모이자 저기 보이는 소녀가 리코더를 꺼내들었습니다. 옆에 빨간 옷을 입은 남자는 아빠일까요? 옆에서 저글링을 하고 있고 소녀가 연주를 하네요. 악보대 앞 바닥에 모자가 보이시죠? 버스킹을 하고 있는겁니다ㅋㅋ 생각보다 사람들이 돈을 많이 넣어주며 가더라구요. 버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았습니다. 실력이 그렇게 좋지 않았지만요.ㅎㅎ


이렇게 해서 12시 40분정도에 저희는 정리를 했습니다. 계산을 해보니 약 30유로 정도 벌었더라구요. 제가 많이 팔릴거라고 예상했던 스크래치북은 작은거 딱 하나 팔렸습니다.... 흑흑 독일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데는 스크래치북이 큰 공을 했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스크래치북은 독일에서 이미 철 지난 상품이라고 그러더라구요.

그리고 오히려 안팔릴 것 같은 것들이 많이 팔렸습니다. 아내는 본인이 예상했던게 팔렸다고 하더라구요~ 역시 독일인과 한국인의 차이가 좀 느껴졌습니다. 실용적인걸 좋아하는 독일인입니다ㅎㅎ. 그래도 무거운 것들 위주로 많이 팔려서 다행스럽게도 집에 올때는 그리 힘들지 않았습니다.


"이 30유로로 뭘 할까?" 아내가 저에게 물어봅니다.

"그냥 장보면 되지"

"그게 뭐야.... 초콜릿 사먹을까?"


아내는 초콜릿을 저보다 더 사랑합니다....저는 초콜릿을 안좋아하구요


그래도 즐거운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