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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일상 및 육아일기/독일의 일상생활

처남의 집들이

저번 포스팅에서도 한번 언급했듯이 처남이 여자친구가 생긴후 집이 좁아 이사를 했습니다. 그게 아마 4월쯤이었을겁니다.


"사무엘(처남 이름), 나 찬이 때문에 휴학도 하고 해서 시간 남으니까 이사 도와줄까?"


"나 이사를 하긴 하는데 그냥 두블럭 정도 이사하는거야, 내 여럿 친구들도 온다고 했어. 사실 손이 모자라는건 아니지만 굳이 도와주겠다면 와도 돼"


"아~ 그럼 안가도 되겠네~ 나는 갔다가 다시 집에 돌아올 것도 좀 그렇고....."


굳이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는데 그냥 가는 것도 좀 그렇고 해서 가지 않았습니다. 처남과 아내는 가족 중에서도 특별히 많이 친한 관계였습니다. 저하고도 아주 잘 맞아서 처가에 살때도 같이 축구도 많이 하고 같이 놀고 그랬죠. 라이프치히에 이사갔을때도 처남이 아우스빌둥을 마치고 직장을 일부러 라이프치히에 잡아 좋은 시간을 많이 보냈습니다. 요즘은 저희도 예나로 이사오기도 했고 처남도 여자친구가 생겨서 그런지 자주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어서 아쉽습니다. 그러던 중 약 한 달전에 전화가 왔어요.


"안녕~ 소명. 너네 가족 6월 24일에 시간돼? 그 때 맞춰서 우리 집들이를 하려고 해~ 가족끼리 다같이 모이는 걸로"


" 아 그래? 가만 보자... 스케쥴이 없네. 알았어 그럼 그때 갈게~ 새 집 구경도 하고 좋겠다!"


라이프치히 중앙역



우리는 아침 일찍 길을 나섰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오기로 한 시간보다 약 1시간정도 더 일찍 가기로 했어요. 다른 가족들은 다 차가 있지만 저희는 기차를 타야했거든요. 당일 갔다가 당일 돌아오려면 또 다른 사람보다 일찍 출발해야하기에 조금 더 처남과 함께 있으려고 일찍 출발했습니다. 


처남은 우리를 위해 집 앞에 나와 있었습니다. 집들이라 새롭게 이사한 집을 구경하며 사진도 찍어서 블로그에 올리고 싶긴 했지만 왠지 내 집도 아닌데 올리는게 조금 그래서 찍진 않았어요. 약 한시간정도 서로 못다한 이야기를 하다가 처남 여자친구네 가족도 왔습니다. 여자친구 가족이 오는지는 저는 사실 모르고 있었는데요. 처남 여친은 장녀이고 가족은 딸만 넷입니다. 여동생들이 찬이를 보더니 눈이 반짝반짝 해지더라구요. 아기를 엄청 좋아했습니다. 찬이도 신기하게 편안한 느낌을 받았는지 칭얼대거나 울지 않고 잘 놀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처남 여친의 둘째가 저에게 한국말로 인사를 합니다.


"오~ 한국말 할 줄 알아요?"


"아니요, 그냥 조금 몇 단어 알아요~ 한드를 몇 번 봤어요. 거기서 자주 들은 말들 몇 개 할 줄 알아요."


"오 정말요? 무슨 말 할 줄 알아요?"


"음..... "진짜"라는 단어 많이 들었어요. 그리고 "이쁘다". 그래서 드라마에서 "진짜 이쁘다" 많이 들었어요."


역시 한국 드라마입니다. 로맨스와 막장 드라마의 본고장 같다고나 할까요?ㅋㅋ


"한국 드라마 많이 봐요?"


"아 저는 한국 드라마보다는 일본 드라마를 많이 봐요. 친구들 사이에서는 사실 한국 드라마가 인기가 많고 거의 모든 애들이 보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 드라마는 너무 로맨틱해서 손발이 오그라들때가 쫌 있어요."


"아 정말요? 그 세대에서 정말 한국드라마가 유명하군요?"


"네 요즘에 제 친구들은.... 거의 다 보는것 같아요."


아내 언니가 말합니다.


"아 정말요? 내 주위에서는 한국드라마 보는 사람 정말 한명도 못봤어요."


그래서 제가 

"미리암(아내 언니). 네 나이대에는 한국 드라마 보는 사람 없어 10대에서 많이 봐" 

라고 촌철살인 한방을 날려줬습니다.ㅎㅎ





율리아(처남 여친 둘째 동생)는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대학을 가기 전에 일본을 혼자 여행하러 간다고 하더군요. 약 10개월간 다녀온다고 하네요. 왠지 모르게 본인은 아시아쪽 문화와 언어가 많이 끌린다고 해요. 독일에서도 요즘에는 아시아쪽을 좋아하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봅니다. 


점심때쯤 돼서 아내의 언니, 부모님도 왔습니다. 사실은 근처 공원에서 바베큐를 하기로 했으나 슬프게도 비가왔습니다. 


"비가 와서 어떡하지? 이런 날씨면 그릴은 못하겠는데?"

"그럼 그냥 집에 있는 오븐에 구워야지 저번에 날씨가 안좋을때도 그렇게 해먹었어. 집이 조금 비좁긴 하겠지만 어쩌겠어? 비를 맞으면서 먹을 수는 없잖아"


그래서 아쉬운데로 집에 있는 오븐과 팬에 고기와 소시지를 굽고 준비해온 샐러드들을 먹었습니다. 역시 숯불 향이 나지 않으니... 조금은 아쉽더라구요.


  


식사를 하고나니 비가 그치는가 싶어 커피타임은 밖에서 가지려고 했는데 또 비가 왔습니다. 아쉬운데로 나가고 싶은 사람들만 모여 공원에 나갔습니다. 비를 맞으면 아기에게는 좋지 않을것 같아 찬이와 아내는 집에 남았고 남자 셋, 여자 셋 이렇게 편을 먹고 게임을 했지요. 나무 막대기로 상대방의 모든 나무통을 모두 쓰러트린 다음에 가운데에 있는 왕을 쓰러뜨리면 이기는 게임입니다. 3판했는데 2:1로 남자팀이 졌습니다. 율리아가 게임을 아주 잘하더라구요.


게임을 마치고 돌아온 후 우리는 모두 커피타임을 가졌습니다. 독일에서도 역시 빠질 수 없는게 커피타임인데요. 식사후 식곤증을 쫓기위해서 카페인과 뇌에 당분을 즉시 공급하는 설탕이 듬뿍 들어간 케잌도 몇조각 먹어야지요.ㅎㅎ



처남의 여친 가족은 언제부턴가 특별한 행사가 있을때마다 당근케잌을 만들곤 한다고 해서 이번에도 당근케잌을 준비해오셨습니다. 장모님은 케잌을 만들어놓고 가져오시는걸 깜빡해서 어쩔 수 없이 근처 베이커리에서 케잌을 조각으로 사오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저희는 단체사진을 찍었습니다. 처남 여친 가족을 그 날 처음 봤지만 인상이 아주 좋았습니다. 여동생들도 다 친절하고 재밌게 사는 분위기가 가득했습니다. 형하고 저만 있던 저희 가족하고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물론 꼭 자매들이라서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대체적으로 자매가 있는 가족이 조금 더 분위기가 재미있고 화기애애한 것 같은 것 같아 부러웠습니다. 역시 가족은 많으면 참 좋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왠지 계속 보고 싶어지는 가족이었습니다.


"소명. 너 결혼하기 전에는 아이 5명까지도 키울 수 있다고 했잖아"


"응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게 이렇게 힘든 줄 몰랐어. 옆에서 보는 것과는 정말 많이 다르잖아. 너는 아직도 정말 많이 낳고 싶어?"


"아무리 찬이가 힘들게 하더라도 둘은 무조건 낳아야지 너도 거기에 동의 했잖아"


"응... 동의했지.... 그런데 정말 또 낳고 싶어?"


"당연하지! 무조건! 안그럼 찬이가 너무 외로울거야!"


"그래.... 처남 여친 가족을 보니까... 좋긴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