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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일상 및 육아일기/독일의 일상생활

플라스틱 없는 가게를 가보다

"이번에 굉장히 흥미로운 책하고 유튜브를 발견했어. 이번 학기 시험이 끝나면 꼭 볼거야."


"그게 뭔데?"


"플라스틱 없는 삶이라는 건데, 요즘 우리가 저탄고지 하면서 오히려 쓰레기가 더 많이 늘어난거 알아? 우리가 더 신선한거, 과일도 더 많이 먹게 되면서 우리가 원하지도 않는 비닐포장도 같이 사게 된다구!"


일반 대형마트에서 파는 플라스틱 포장된 유기농 오이



독일에는 마트가 대형마트들 뿐입니다. 가끔 소형마트도 보이긴 하지만 아주 드물거나 그조차도 프렌차이즈 마트일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개인 사업자들은 마트 사업에 결코 뛰어들 수 없을 정도라는 생각마저 들정도거든요. 문제는 대형마트일 수록 더 많은 플라스틱 포장을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대형마트들도 다 유기농 코너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유기농 코너마저도 플라스틱 포장으로 되어있는 경우가 많죠.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인터넷에 유기농 오이를 저렇게 포장하며 환경도 오염되고 플라스틱 재질이 오이를 더럽힌다며 대형마트들을 조롱하기도 합니다.


"맞아, 우리가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하긴 하지. 근데 플라스틱을 아예 사용하지 않으려면 돈이 엄청 많아야해. 차도 있어야해. 감자나 고구마 같은 농작물은 농장에 직접가서 사야하고 우유도 마찬가지로 근처 농장에 가서 유리병에 담아와야하지. 자동차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이 모든게 우리가 마트에서 사는 것 보다 싸지 않아."


"내가 찾아봤는데 우리 도시에도 플라스틱 없는 가게(Unverpackte Laden, 직역하면 포장되지 않은 가게)가 있어. 내일 우리 거기 가보자. 내가 듣기로는 거기서 참 여러가지를 판다고 들었어! 심지어 가격도 비슷하거나 더 싸데"


다음날 저희는 시내에 볼 일이 많아 아침을 먹고 집에서 나섰습니다.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가게가 있더라구요. 



가게에 아주 많은게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꽤 많은게 있었습니다. 과자나 스낵들도 보이고 제일 위에 보이는 통에는 잡곡류들이 담겨있습니다. 각자 유리병을 가져와서 그 유리병의 무게를 먼저 재고 그 무게를 뺀 나머지를 계산합니다. 속으로 조금 웃겼던 것은 플라스틱, 비닐 포장을 없애자고 나온 가게인데 정작 제품들이 플라스틱 박스안에 들어있다는게 조금 아이러니 했어요. 그리고 가게 주인이 플라스틱 포장 안에 들어있는 제품을 사서 그냥 저기에 채워넣는 것은 아닐까? 라는 질문이 좀 들더군요. 결국 내가 여기서 사도 환경을 위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인다는게 사실일까? 그냥 내가 처리할 플라스틱 쓰레기를 가게에 떠넘기는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긴했지만.... 확인할 방법은 없네요. 하지만 가게 주인이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가게를 열었다면 그 신념을 지키겠지요.



좋았던 것은 주방세제, 세탁기 세제도 있었고 (모든게 유기농인데요. 같은 제품이 일반 마트에도 있기는한데 여기가 조금 더 쌌습니다.) 사진에는 안보이지만 치약도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그냥 가져와서 병에 담아야하니 물론 조금은 번거롭죠. 하지만 독일에는 이런 저런 신념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것은 많은 사람이 지키려고 하는 신념이고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이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제가 약 20분정도 가게에 머물렀던 것 같은데 정말 손님이 끊임없이 오더라구요.



이건 우유입니다. 우리 지역에서 생산된 것이고 저온살균(파스퇴르 살균이라고도 하죠)된 겁니다. 유기농 마트에서도 저온살균 우유를 파는데요. 뚜껑을 열어보면 크림같은게 우유 액체 바깥에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우유를 좋아하지 않고 거의 마시지 않는데요. 유기농 마트에서 산 저온 살균 우유를 맛보고는 완전히 반했습니다. 저온 살균 우유는 정말 맛이 완전히 다른데요. 설명하기가 좀 힘드네요. 좀 더 크리미하고 더 고소합니다. 나중에 우유에 대해서 의학상식 편에 포스팅할 생각도 좀 있는데요. 사실 우유가 그렇게 몸에 좋지는 않습니다. 그런 이유로 여전히 우유를 많이 마시지는 않습니다. 한국에 혹시 저온살균 우유 또는 파스퇴르 살균 우유를 보신다면 한번 맛을 봐보세요. 시중에 파는 우유와는 정말 많이 다르다는걸 느끼실 겁니다.



아내는 우유를 정말 좋아해요. 우유를 좋아한다기보다는.... 커피를 우유없이는 못마시죠. 그래서 아침에 커피를 만들면 반드시 우유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유 한병을 사고 유기농 순면으로 만들어진 커피 필터와 찬이를 위한 플라스틱 제로 칫솔을 샀습니다. 유기농 제품들이 많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싸지는 않더군요.


"소명. 우리가 돈을 벌게 된다면 정말 이렇게 살고 싶어. 플라스틱 없는 삶...."


"그래 내가 말했잖아. 돈이 많이 든다고....이건 정말 부자들을 위한 것들이야. 부자들만 더욱 건강해질 수 있고 부자들만 값싸고, 환경 오염따윈 신경쓰지 않는 대량생산에서 해방 될 수 있어. 우리는 그런 세상에서 살고 있다구...."


모두가 플라스틱 없는 세상을 살 수는 없을까요? 모두가 유기농 제품을 먹을 수는 없을까요? 유기농 제품만 사는 청승떠는 사람으로 보이실 수도 있겠지만 한 번 생각해보세요. 벌레가 먹으면 장기가 터져 죽는 농약을 뿌린 제품이 우리 몸으로 들어옵니다. 그런 것들이 축적이 되면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언제 어떻게 우리 몸을 해치지 않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