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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일상 및 육아일기/독일의 일상생활

아내 언니의 생일 파티

지난 주말에는 처남의 집들이 때문에 라이프치히를 방문했는데 일주일 사이에 다시 라이프치히를 방문했습니다. 바로 아내 언니, 처형의 생일 파티때문인데요. 처형은 지금 라이프치히에 살지 않지만 작년까지만해도 라이프치히에 살았지요. 지금까지 라이프치히에서 만나 베스트 프렌드와 항상 함께 생일 파티를 했었는데요. 이번에도 같이 한다고 해서 다시 방문했습니다.


3년 전에 처형의 생일파티를 할 때에는 가족보다는 친구 중심으로 초대를 해서 했었어요. 그래서 생일 전날 밤에 파티를 시작해서 자정이 되자마자 생일 축하곡을 불러주고,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댄스타임도 가지곤 했지만, 이제 처형도 결혼을 하고 아이도 생기고 하다보니까 조금 더 조촐하고 가족 중심으로 파티를 하게 된 것 같아요. 생일 파티를 같이하는 친구도 가족과 몇몇 친구들만 초대했더라구요.



생일파티는 오후 2시에 시작되었습니다. 장인어른, 장모님도 오셨고, 처남과 우리 가족, 처형 친구의 지인들이 모였지요. 라이프치히에 살때 만났던 사람들을 다시 보니 좋았습니다.


"저번에 동생 집들이 올 때는 몰랐는데 이번에 라이프치히에 다시 오니까 괜히 또 여기 다시 살고 싶어지네"


아내가 이렇게 말합니다.


"그래.... 라이프치히가 살기는 좋지. 예나는... 너무 작아"


처음에는 커피타임으로 시작해서 장모님이 직접 만드신 조각케잌과 여러가지 과일 샐러드와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내의 고향친구들도 몇몇이 와서 그들과 함께 이야기 꽃을 피우기도 하고 장인어른과는 늘 그렇듯이 여러가지 심오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현재 북미정삼회담 이후로 특별히 뭔가 더 진전 되는게 있어?"


"네, 여러가지 한미군사훈련 중에 한가지를 중지했고 이번에 해군 합동 훈련도 한가지 더 중지 한다고 하더라구요. 아마 한미군사훈련을 빠르게 해소하면서 북한에게도 조금 더 비핵과 과정을 가속화 시키라는 의미가 좀 담겨있는 것 같아요"


독일은 생각보다 많이 보수적인 나라입니다. 장인어른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변화들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고 더 신중하게 바라보는 편이지요. 그래서 이번 북한의 급작스러운 태도도 그렇게 진정성있게 다가오지는 않나봅니다.


"좀 더 두고 봐야 알긴 하겠지만 김정은이 북미정상회담에 이어 벌써 세번이나 중국을 방문에 시진핑을 만났어요. 분명히 뭔가 변화가 있을거라는건 확실한 것 같아요"



생일파티가 열린 곳은 처형의 친구 집 앞 가든이었는데 거기에는 어린 아이들을 위한 조그마한 모래밭도 있었습니다.  거기서 찬이의 사촌 요나단은 물총을 쏘는데 여념이 없고 찬이는 모래를 보면 질감이 좋아서 그런지 손으로 모래를 움켜쥐었다가 놓았다를 반복합니다. 


몇몇 친구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카드놀이도 하고 보드게임도 합니다. 독일에서 주말의 삶이란 이런 것이죠. 


오후 6시쯤되서 처형의 친구가 그릴 기계를 가져옵니다.


"카타(처형의 친구)! 이거 완전 새거같다!"


"응 이거 이번에 생일선물로 받은거야! 내가 원래 가지고 있던게 오래되고 저번에 사용하다가 고장나버렸거든. 그래서 이번에 생일선물로 그릴 기계를 받았어!"


독일은 보통 선물을 주는 사람 마음대로 주지 않고, 선물 받을 사람에게 무엇을 받고 싶은지 물어봅니다.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보통 선물 주는 사람이 마음대로 정해서 주잖아요? (적어도 제 주변에는 그랬어요;;) 그래서 선물 받는 사람에게 더욱 서프라이즈를 할 수 있지만 반대로 실망하거나 필요없는 것을 받을 수 있겠죠. 하지만 선물 받는 사람이 무엇을 받을 지 말해준다면, 서프라이즈는 덜 하겠지만 적어도 선물 받는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받을 수는 있겠지요.


이번에 새로 받은 그릴 기계로 처형의 친구는 신나게 고기와 소시지를 그릴을 했습니다. 몇몇 친구들은 또 샐러드와 소스를 만들어와 고기, 소시지와 함께 곁들여 먹었지요. 바베큐 파티하면 삼겹살, 소고기 몇몇 부위에 상추쌈 이렇게 먹지만 여기서는 이미 양념된 돼지고기, 닭고기, 소시지등을 구워서 샐러드와 함께 먹습니다. 물론 저는 한국사람이라서 그런지 한국식 바베큐에 상추쌈이 더 맛있긴 하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독일식 바베큐가 맛이 없는 건 아닙니다.


이렇게 저녁도 먹고 사람들과 이야기도 계속 나누다보니 벌써 저녁 8시가 넘었어요. 찬이도 이제 자야하기 때문에 집에 다시 들어가야했습니다. 오늘은 처남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처남에게 열쇠를 넘겨 받아 먼저 집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처남도 집에 들어와서 같이 우루과이와 포르투갈의 월드컵 축구경기를 시청했습니다.


"이번에 독일이 월드컵에 떨어진 이후로 별로 월드컵에 관심이 가지 않아."


"응 사실 나도 한국이 16강 진출에 실패하고 나서부터는 별로 월드컵에 흥미가 많이 떨어졌어. 그래도 한국 입장에서는 3패를 면하고 축구 초강대국 독일을 이겨서 조금은 사기가 많이 회복되었어"


대한민국이 사기가 회복된 만큼 독일은 더 좌절 속으로 들어간 것 같았습니다. 왠지 모르게 월드컵 기간 답지 않게 더 조용하고 사람들도 조금씩 의욕이 없어보이는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한국과 독일이 동시에 16강에 진출했으면 참 좋았을텐데.... 다음에는 꼭 같이 16강에 올라갔으면 좋겠다...."


저는 이렇게 말을 하며 처남을 위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