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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일상 및 육아일기/혼혈왕자 찬이 육아일기

어린이집을 가기 전 부모님 모임(Elternabend)

찬이가 세상에 태어나고 몇 주 되지 않아 저희는 어린이집에 등록했습니다. 저번 포스팅에도 한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요. 보통 어린이집에 등록 신청을 하면 최소한 1년은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독일에서는 태어나자마자 어린이집을 찾아가서 등록을 합니다. 독일은 따로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구분이 없습니다. 만 1세부터 5세까지, 아이가 일신상의 이유로 초등학교에 들어가지 못하면 6세까지 다니게 됩니다.


저희가 등록한 어린이집은 대학교 안에 속해 있습니다. 사실상 학생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기관이지요. 그래서 부모님 중 최소 한 명이 학생이면 가장 우선적으로 선발이 되고 그래도 자리가 남는다면 학생이 아닌 부모님들도 받게됩니다. 우리는 둘 다 학생이니 가장 최우선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네요.ㅎㅎ 그래서 오늘 (Elternabend)엘턴아벤드 라고 해서 직역하면 "부모님의 밤"이라고 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보통 부모님들과 상의할 주제가 생긴다면(예를 들어 아이들 점심 비용문제) 이런 시간을 갖는데요. 오늘은 그런건 아니고 10월에 어린이집으로 새로 들어오는 아이들의 부모님들이 모여서 서로에 대해 조금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희에게는 약간의 숙제가 주어졌는데요. 아이의 사진을 한 장 프린트 해오는 것, 아이의 이름에 무슨 뜻이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짓게 되었는지 등을 준비해 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저렇게 아기들의 사진들을 깔아놓고 어떤 부모의 아기인지를 맞춰보는 걸 했습니다. 엄마와 아빠 둘 다 온 커플은 저희를 포함해 두 커플 밖에 되지 않았고, 보통 엄마나 아빠 둘 중에 한 명만 오더라구요. 그래서 그런지 엄마를 닮았는데 아빠가 오고, 아빠를 닮았는데 엄마가 온 케이스는 맞추기가 쉽지 않았습니다.ㅎㅎ 저희는 찬을 데리고 가는 바람에 모든 사람이 쉽게 맞췄습니다.

그리고 각자 아이의 이름에 대한 사연을 말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사실 유럽에서도 그렇고 제가 알기로는 가까운 중국과 일본에서도 우리나라처럼 보통 이름에 의미를 주면서 짓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이름을 왜 그렇게 지었는지, 뜻이 무엇인지를 준비해 오라고 해서 조금은 놀랐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부모들이 그냥 이름이 예뻐서 지었다거나 어떤 사람은 심지어 영화 스타워즈를 보고 그 중에 하나를 택했다라는 사람도 있었어요. 저에겐 왠지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까 평생 들어야할 이름을 부모님이 너무 성의 없이 짓는다는 느낌이 조금 있었어요. 그래서 저희 차례가 왔을때 독일의 발음과 한국어의 발음이 차이가 없는 이름을 찾는데 곤욕을 치뤘고 보통 한국에서는 한문을 곁들여 뜻을 주고, 거기다가 개인적으로 아이 이름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고 설명을 하고 찬의 이름을 말해주니까 몇몇 사람들이 감탄사가 나왔습니다. 여기서도 그런 분들이 간혹있는데요. 보통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 것 같았어요. 예를 들자면 "요나단"은 히브리어로 "하나님의 선물"인데 그의 삶이 그렇게 되길 바란다며 지었다고 하시는 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어린이집 원장님께서 어떻게 처음에 어린이집에 아이들이 적응할 수 있게 해주는지를 설명해주셨습니다. 한국에는 요즘에는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어렸을때 유치원에 가는 첫 해에는 정말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가기도 싫고, 엄마와 떨어지는게 아마 싫었겠죠. 그런것들을 줄이기 위해서 약 처음 4,5일 간은 엄마나 아빠가 아이와 어린이집에 와서 모든 곳을 돌아다니며 점심은 어떻게 먹는지, 잠은 언제 자는지, 아이들과는 어떻게 노는지 등을 보며 오래 머물지 않고 2,3시간정도만 머뭅니다.

그 다음에는 엄마나 아빠가 어린이집 안에서 머물지만 관여하지 않고, 아이가 엄마나 아빠가 있는 정서적 안정감이 있는 상태에서 자신을 맡아줄 어린이집 선생님을 알아가는 과정을 겪습니다. 이 때는 아이가 정말로 엄마, 아빠가 필요할 때만 관여하게 됩니다.

그 다음에서야 엄마, 아빠와 따로 분리되는 시간을 갖게 되는데요. 이 때 아이가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고 아이들마다 어린이집 안에서 정서적 안정감을 갖게 되는 시기가 다 다르기 때문에 모든 아이들을 관찰하고 어린이집 교사와 부모님이 계속 대화를 통해서 어떻게 할 지를 논의합니다.


독일의 어린이집은 제 개인적으로 느낄 때 아이에게 포커스를 많이 맞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아직 안겪어 봐서 잘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오늘 가졌던 모임을 통해서 부모님들도 알게되고 원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도 더욱 신뢰감을 얻게 된 것 같습니다.